안녕하세요, 초보식사입니다! 1편에서 식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기본 원칙을 세웠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입지 선정’ 단계입니다.
우리가 집을 구할 때 남향을 선호하듯, 식물에게도 집안의 방향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무턱대고 예쁜 식물을 사 오기 전에, 우리 집 창가가 식물에게 어떤 ‘식탁’이 되어줄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내 환경을 모른 채 식물을 들이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 1. 방향별 빛의 성격과 추천 식물
집의 방향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지금 바로 내 방 창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남향 (The Best): 오전부터 오후까지 하루 종일 빛이 풍부하게 들어옵니다. 가드너들에게는 꿈의 공간이죠.
- 추천: 허브류(로즈마리, 라벤더), 다육식물, 유칼립투스, 올리브나무 등 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
- 주의: 한여름 정오의 직사광선은 유리창의 열기까지 더해져 잎을 태울 수 있으니, 얇은 커튼으로 빛을 걸러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 동향: 아침 햇살이 강하게 들어오고 오후에는 일찍 해가 집니다.
- 추천: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칼라테아류. 아침의 부드러운 빛을 좋아하는 관엽식물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위치입니다.
- 서향: 오후 2시 이후부터 해 질 녘까지 강렬한 햇빛이 집안 깊숙이 들어옵니다.
- 추천: 고무나무, 선인장, 아가베. 오후의 뜨거운 열기를 잘 견디는 식물들이 적합합니다.
- 북향: 직접적인 해는 거의 들지 않고 은은한 반사광만 들어옵니다.
- 추천: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스파티필름, 보스턴 고사리. 빛 요구량이 적은 ‘순둥이’ 식물들이라면 충분히 생존 가능합니다.
## 2. 사람의 눈을 믿지 마세요: ‘조도’의 함정
사람의 눈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서 조금 어두운 곳도 금방 밝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식물이 느끼는 빛 에너지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예민합니다. 창가에서 딱 1m만 안쪽으로 들어와도 빛의 세기는 50% 이상 급격히 떨어집니다.
[경험담] 예전에 거실 안쪽 선반이 너무 허전해서 몬스테라를 둔 적이 있습니다. 제 눈에는 충분히 밝아 보였지만, 식물은 새 잎을 내지 못하고 기존 잎마저 노랗게 변하더군요. 알고 보니 식물에게 그곳은 ‘암흑’이나 다름없는 조도였습니다. 창가 근처로 옮겨준 뒤에야 다시 건강한 잎을 보여주었습니다.
## 3. 스마트폰으로 우리 집 빛 측정하기
비싼 조도계가 없어도 됩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조도계(Lux Meter)’ 앱을 다운로드해 보세요. 아주 정확하진 않아도 훌륭한 가이드가 됩니다.
- 맑은 날 정오에 식물을 둘 자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이 하늘을 향하게 두고 측정합니다.
- 10,000 Lux 이상: 직사광선 수준 (양지 식물 추천)
- 2,000 ~ 5,000 Lux: 밝은 실내 (대부분의 관엽식물 명당)
- 1,000 Lux 이하: 어두운 실내 (반음지 식물만 가능하며, 식물등 사용 권장)
이 수치를 한 번만 확인해 보면, 왜 내 식물이 그동안 시들시들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 2편 핵심 요약
- 집의 방향에 따라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결정됩니다.
- 창가에서 멀어질수록 빛의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듭니다.
- 조도계 앱을 활용해 객관적인 수치로 우리 집 환경을 파악해 보세요.
다음 편 예고: 빛 환경을 맞췄다면 이제 ‘집’을 골라줄 차례입니다. 과습을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화분 재질의 차이와 배수층 구성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반려식물은 창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혹시 너무 어두운 구석에서 굶주리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