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다 보면 무심코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채소 자투리들이 많습니다. 대파 뿌리, 상추 밑동, 심지어 싹이 나서 못 먹게 된 양파까지 말이죠. 저도 처음에는 “이게 되겠어?”라는 의심으로 컵에 대파 뿌리를 담가두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만에 새하얀 뿌리가 돋고 초록색 대가 쑥 올라오는 것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주방 한구석에서 식재료를 ‘무한 리필’ 할 수 있는 키친 가드닝의 실전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1. “이걸 정말 다시 키울 수 있어?” 추천 작물 Best 3
모든 채소가 다 다시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초보자가 가장 성공하기 쉽고 활용도가 높은 작물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대파: 키친 가드닝의 대명사죠. 뿌리가 붙은 흰 부분을 5~7cm 정도 남기고 자른 뒤 물에 담가두면 됩니다. 성장 속도가 압도적이라 아이들과 함께 키우기에도 좋습니다.
- 로메인 및 상추: 샐러드를 해 먹고 남은 밑동(단단한 부분)을 3cm 정도 남겨 물에 띄워보세요. 며칠 뒤 중심부에서 연한 잎이 돋아납니다. 크게 키우기보다는 ‘어린잎 채소’로 수확해 비빔밥에 넣어 먹기 좋습니다.
- 셀러리: 밑동을 물에 담가두면 가운데서 귀여운 잎이 올라옵니다. 셀러리는 보기에도 예뻐서 인테리어 효과(수경재배)도 훌륭합니다.
2. 수경재배: 컵 하나로 시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농사
수경재배는 흙이 필요 없어 주방에서 하기에 가장 깔끔합니다. 예쁜 유리컵이나 테이크아웃 컵을 재활용해 보세요.
- 물 높이의 중요성: 뿌리 전체가 잠기게 하면 안 됩니다. 뿌리의 절반 정도만 물에 닿게 하고, 줄기 부분은 물에 젖지 않아야 썩지 않습니다.
- 햇빛과 온도: 주방 창가처럼 밝은 곳이 좋지만, 직사광선이 너무 강하면 물 온도가 올라가 뿌리가 녹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수확 타이밍: 수경재배로만 키우면 영양분이 부족해 식물이 점점 가늘어집니다. 2~3번 정도 수확해 먹은 뒤에는 새 뿌리로 교체해 주는 것이 위생적이고 맛도 좋습니다.
3. 흙으로 옮기기: 무한 리필 텃밭으로 가는 지름길
수경재배로 뿌리가 충분히(약 3~5cm) 돋았다면, 화분의 흙으로 옮겨 심어보세요. 이때부터는 진짜 ‘농사’가 됩니다. 물에서만 키울 때보다 잎이 훨씬 두껍고 진한 향을 내뿜으며, 비료만 잘 주면 반년 이상 수확이 가능합니다.
특히 대파의 경우, 흙에 심고 나서 겉잎을 따지 않고 안쪽에서 나오는 새순을 보호하며 키우면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굵고 튼튼한 대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식테크’이자 자급자족의 시작입니다.
4. 실패를 줄이는 한 끗 차이: 청결과 환기
키친 가드닝을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와 ‘초파리’입니다. 물을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뿌리가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이는 곧 벌레를 부르는 지름길이 됩니다.
- 매일 물 갈아주기: 수경재배 시 물은 매일, 최소 이틀에 한 번은 갈아주어야 합니다. 이때 컵 안쪽의 미끈거리는 물때도 깨끗이 씻어내세요.
- 공기 순환: 주방은 습기가 많고 공기가 정체되기 쉽습니다. 요리 후에는 반드시 환기를 시켜주거나 작은 선풍기를 틀어 썩음을 방지해야 합니다.
버려질 운명이었던 채소 조각이 생명을 얻어 다시 우리 집 식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무척 경이롭습니다. 오늘 저녁 요리를 하신다면, 대파 뿌리를 쓰레기통 대신 예쁜 물컵에 담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핵심 요약
- 대파, 로메인, 셀러리 밑동은 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다시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키친 가드닝 작물입니다.
- 수경재배 시 줄기가 물에 닿지 않도록 뿌리만 살짝 담그는 것이 부패 방지의 핵심입니다.
- 물을 매일 갈아주어 청결을 유지하고, 더 오랫동안 튼튼하게 키우고 싶다면 흙으로 옮겨 심는 과정을 거치세요.
- 주방의 습한 공기를 환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병충해와 냄새 문제를 80% 이상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집에서 먹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살충제’ 사용이 가장 꺼려지기 마련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농약 없이 주방 재료만으로 벌레를 잡는 ‘유기농 방제 대백과: 독성 없이 벌레 잡는 법’을 다룹니다.
지금 여러분의 냉장고 속에 싹이 나려고 하는 양파나 감자, 혹은 오늘 쓰고 남은 대파 뿌리가 있나요? 오늘 바로 컵에 담가보실 채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